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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판례 - 영국 해상보험법상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 포기의 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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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4다37318 판결 【보험금등】
【참조조문】
상법 제638조, 제651조, 영국 해상보험법(MIA, 1906) 제33조, 제34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주명)
【피고, 상고인】 제일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4. 6. 28. 선고 93나2644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태룡해운 주식회사(이하 원고 태룡해운이라 한다)가 이 사건 보험증권상의 담보특약(warranty)을 각 위반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는 그 보험금지급책임을 모두 면하였다는 피고 회사의 주장에 대하여,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 태룡해운은 1990. 6. 14. 피고 회사와 사이에 모래채취선인 제201 태룡호에 관하여 피보험자는 원고 태룡해운, 보험금액은 금 2,500,000,000원, 보험료와 요율은 금 19,342,500원 및 연 0.773%(단, 보험료는 1990. 6. 14., 같은 해 9. 14., 같은 해 12. 14., 1991. 3. 14. 등 4회에 걸쳐 분기당 각 금 4,835,625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함), 보험기간은 1990. 6. 14.부터 1991. 6. 14.까지로 약정하여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약관 및 특약으로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기로 하고, 부보위험의 내용은 선박의 충돌, 좌초 등의 보험사고로 인한 보험계약자의 선박 자체의 손해 및 상대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모두 보상하는 것으로 하며, 로이드 대리점의 검정인이나 한국선급협회의 검정인으로부터 감항증명서를 발급받을 것을 내용으로 하는 담보특약을 하여 이를 그 보험증권에 명기한 사실, 그런데 위 제201 태룡호는 로이드 대리점의 검정인이나 한국선급협회의 검정인으로부터 그 감항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감항증명서를 발급 받지 아니한 채 항해하다가 이 사건 보험기간 중인 1990. 11. 14. 21:00경 장산도 인근해역에서 제102 금강호와 충돌하는 사고를, 1991. 3. 7. 06:30경 진도 인근해역에서 제1001 통운호와 각 충돌하는 사고를 각 일으킨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보험증권상의 담보특약은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소정의 명시적 담보특약으로서 그 감항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감항증명서는 매 항해시 마다 발급받아야 비로소 그 담보특약을 충족한다고 할 것인데, 위 제201 태룡호가 이러한 감항증명서를 발급 받지 아니한 채 항해하다가 위 각 사고를 일으킨 이상 위 보험증권상의 담보특약을 각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나아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제201 태룡호는 위 각 충돌사고 이외에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직후인 1990. 6. 22. 광양만 앞바다에서 좌초되는 사고를 일으켰는데, 피고 회사는 위 각 사고 당시 제201 태룡호에 관하여 위 담보특약상의 감항증명서가 각 발급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을 알고도 위 각 담보특약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지 아니하고 원고 태룡해운으로부터 1990. 9. 14. 제2분기 보험료를, 같은 해 12. 14. 제3분기 보험료를, 1991. 3. 14. 제4분기 보험료를 각 수령한 사실, 피고 회사는 1991. 3. 말경 위 1990. 6. 22.자 좌초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보험감독원에 제출하여야 하는 근거서류로서 제201 태룡호에 대하여 검사일자를 1990. 6. 15., 발급일자를 1990. 6. 18.로 각 소급하고 내용도 감항성을 갖춘 것으로 되어 있는 로이드의 한국 내 유일한 대리점인 소외 협성검정 주식회사의 검정보고서를 발행받도록 한 후 위 검정보고서에 기초하여 1991. 4. 초순경 원고 태룡해운에게 위 좌초사고에 대한 보험금 43,803,84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원고 태룡해운이 위와 같은 담보특약을 위반하였다는 것을 알고서도 위 1990. 6. 22.자 제201 태룡호의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고, 위 보험사고들 이후에도 담보특약 위반을 이유로 위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위 원고로부터 사고 이후의 분기별 보험료를 계속 수령함으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담보특약 위반의 주장을 묵시적으로 포기하였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 회사의 위 면책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이 사건 보험증권상의 준거법 약관에 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될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34조 제3항은,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는 보험자에 의하여 포기될 수 있다(A breach of warranty may be waived by the insurer)고 규정하고 있는바, 보험자는 명시의 문언(words)또는 그 권리의 존속과 모순하는 행동(conduct)에 의하여 이를 포기할 수 있고, 스스로의 행동에 의하여 그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경우 형평법상의 금반언의 법리에 의하여 이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는, 해상보험에 있어서의 담보특약(warranty)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그 제1항에서, 담보특약이라 함은 확약적 담보특약(promissory warranty), 즉 피보험자가 어떤 특정한 일이 행하여지거나 행하여지지 않을 것, 또는 어떤 조건이 충족될 것을 약속하거나 또는 특정한 사실상태의 존재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의 담보특약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2항에서, 담보특약은 명시적(express)일 수도 있고 묵시적(implied)일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제3항에서, 위에서 정의한 담보특약은 위험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정확하게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condition)이고, 만약 이것이 정확하게 충족되지 않으면 보험증권에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는 담보특약 위반일부터 그 책임을 면한다(is discharged from liability)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담보특약 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자는 보험증권에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동적으로 그 담보특약 위반일에 소급하여 그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하며 보험자가 담보특약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여야만 비로소 그 보험계약상의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회사가 위 각 담보특약 위반을 안 직후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피고 회사가 위 각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담보특약 위반이 있는 경우 이는 보험자를 면책시키는 효과만 있고 보험계약을 소급적으로 무효화시키는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을 종료시키는 효력도 없으므로, 보험료수령권이 담보특약 위반 이전에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자가 담보특약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그 보험료를 수령하였다고 하여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보험증권이 보험기간을 1년으로 하는 연간보험으로 되어 있고 연간보험료를 분할 납부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 그 해(1년)에 대한 위험은 분할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 해가 시작되자마자 전체 보험료수령권은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기간이 1년으로 되어 있고 다만 그 보험료만을 피보험자의 부담을 고려하여 4회 분할 납부하도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1990. 6. 14. 이 사건 보험기간이 개시됨으로써 보험회사인 피고 회사는 그 보험기간 동안의 보험료수령권을 모두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회사가 위 각 보험사고에서의 담보특약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제2분기, 제3분기 및 제4분기의 각 분납보험료를 계속 수령하였다 하여 이로써 피고 회사가 위 각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끝으로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의 포기는 그 포기의 범위 내에서(to the extent of the waiver)만 담보특약 위반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는 효과가 발생하므로, 피고 회사가 위 1990. 6. 22.자 좌초사고에서의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때 그 담보특약 위반 이후에 발생한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도 모두 포기하였다고 볼 만한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 회사가 위 1990. 6. 22.자 좌초사고에 관하여 그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그 담보특약 위반 이후에 발생한 위 각 충돌사고에서의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도 포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원고 태룡해운이 위 각 충돌사고를 일으킨 항해를 함에 있어서 감항증명서를 발급받지 아니함으로써 그 감항증명서를 제출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수회에 걸쳐 원고 태룡해운에 대하여 선박보험계약안내를 하면서 일관하여 이 사건 보험증권에는 로이드 대리점의 검정인이나 한국선급협회의 검정인으로부터 감항증명서를 발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특약이 있으므로 원고 태룡해운이 보험금을 청구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감항증명서를 반드시 제출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가 위 각 충돌사고에서의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거나 상실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피고 회사가 위 각 충돌사고에서의 담보특약 위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 회사의 면책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영국 해상보험법상의 담보특약 위반 또는 그에 대한 권리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